영화 [가여운 것들] 리뷰 및 비평
여성 영화인가?
주인공이 여성이라고 해서 단순히 여성 서사라고 볼 수 없는 듯하다.
주인공이 해방되는 이야기인가?
주인공은 극초반 집에 있던 시절과 배 위에 있던 시간을 제외하면 어딘가에 갇혀 있던 적이 없다. 그것도 육체적인 구속일 뿐, 정신적으로 구속받을 수 없는 존재다.
이 영화에 대해서 왜 이렇게 혐오 섞인 코멘트들이 많을까.
왜 그렇게 편을 나눠 싸우고자 하는 걸까.
이렇게 서로를 싫어하고 서로의 탓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야 말로 "가여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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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는 지적장애 여성과 다를 바 없다.
성인의 몸에 아이의 정신이 있는 것이 바로 지적장애이다. 벨라는 초반에 아주 아기 같은 행동과 언변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점차 성장이라는 것을 하는데, 판단력과 언어 구사력이 높아졌을 뿐 이외 몸을 움직이는 행동력과 타인의 감정과 사회적 코드를 읽는 능력은 여전히 유아적이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벨라가 성인으로 거듭난 것처럼 속이는 것일 뿐 여전히 뒤뚱뒤뚱 걸으며 타인의 감정에 동화가 전혀 없는 어린아이이자 지적장애인이다.
정신은 어리기에 충동을 절제할 수 없고, 절제할 이유조차 갖지 못한다. 몸은 성숙하기에 성적인 쾌락에 쉽게 허락된다. 그렇기에 성적인 충동을 어린아이가 사탕을 찾듯이 쉽게 다루게 되는 것이다.
이는 성인이 된 지적 장애인에게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 캐릭터를 이 영화가 다루는 방식은 불편하게 다가온다.
그게 왜 나쁜 건데? 그게 왜 안 되는 건데? 라면서 벨라를 성적으로 해방시키지만, 이는 사실상 해방이 아니라 벨라의 성숙한 신체를 취하기 위해 어리숙한 정신을 이용하는 형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도 지적 장애인에게 그런 식으로 신체적 교류만을 위해 접근하는 이들을 생각하면 구역질이 나는데, 영화에서도 그런 인상을 받으니 미약한 역겨움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영화를 끝까지 보고서도 이 영화가 어떤 존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모두 겉으론 번지르르해 보이지만 사실은 우린 언제나 어리숙한 존재이며, 실수와 모험을 통해 진정한 나로서 살아간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거라면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아도 그런 메시지를 담은 영화는 10,000편은 족히 넘어갈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지적장애인을 위한 영화일까? 벨라는 언제나 행복하다.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세상을 자기 방식대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벨라를 보여준다. 현실의 지적장애인들에게도 불행이 없을까? 벨라는 현실의 그들을 대변하지 못한다. 아니면 그저 내가 썩은 사회에 물든 비장애인이라 아이처럼 순수한 정신을 가진 이들을 불행하다 재단하는 것일까?
벨라는 사랑받는 존재이다.
벨라가 행복한 이유 중 다른 하나는 벨라는 사랑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주변 대부분의 인물이 벨라에게 호감을 느끼고 잘 대해준다. 물론 그러다 돌변하기도 하며, 집착하고 구속하려 하기도 하지만 이는 모두 벨라가 그런 매력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누군가는 벨라를 ‘여성’의 서사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랑받을 만한 매력을 가진 누군가’의 서사라고 보는 게 합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벨라가 여성이기 이전에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면 이런 이야기는 나올 수 없다.
벨라는 사회적 옳고 그름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사고한다.
이런 사회적 관념 비틀기를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왜 안돼? 왜 나빠?
벨라가 갇혀 살고, 매음굴에서 몸을 팔며 살고 하는 것을 보면 단순하게 수동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위하면 안 되고, 식사를 하면서 맛없다고 뱉으면 안 되고, 사회적 체면을 위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며 그 속에 갇혀 사는 이들이 진정 수동적으로 살고 있음을 영화는 사회적 옳고 그름을 벗어난 벨라를 통해 보여준다.
신을 본떠 만든 형상이 신이 죽은 후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왜 박사가 god로 불리는지에 대해서 나만의 해석. 성경에서 인간은 신의 형상을 본떠 만들어졌다고 한다. 같은 인간의 모습 신과 벨라는 같은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은 다르다. 하나는 어리숙한 정신이 들어있다.
박사는 우리를 창조한 창조주이자 신이고, 벨라는 우리 인간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리숙한 인간이 마지막에 다다라 신과 같은 창조주의 존재가 되는 그런 해석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