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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불씨

없음의 미학 - 미니멀리즘


이사를 하는 중이다. 짐이 너무나도 많다.
쓸모없는 것을 덜어내고 버려도 여전히 내 소유의 짐은 많다.

그렇다, 나의 물건들은 나의 소유물이며 동시에 짐이다.

짐은 우리를 무겁게 만든다. 나의 움직임을 만들고 나의 삶을 무겁게 만든다.

왜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한가?
나는 이것들이 정녕 필요한가?
'나중에' 혹은 '언젠가'를 위해서 나의 시간과 공간을 희생해야 할 만한 물건인가.

모든 것은 있다가도 없기도 한다.
이런 자연스러운 섭리를 망각한 채 우리는 모든 것이 있기만을 바라고 살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몰랐다, 그 '있음'은 그저 공허하고 무거운 연기일 뿐이라는 것을.

방은 그 사람의 정신 상태를 알려준다고 한다.
우울증 환자의 방은 지저분하다.
그리고 나의 방은, 나의 집은 잡다한 것이 너무나도 많다.

짐이 무거우면 나의 몸이 무겁고 나의 마음과 정신이 무겁다.
그래, 나는 무겁고 잡다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욕심만 많고 놓을 줄은 모르는 사람이다. 미련한 사람이다.
미련은 나의 삶을 어렵게 만든다.

 

어느 날 유튜브 디스커버리 채널의 '에드 스태포트'의 야생 생존 영상을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힐링이었다. 홀몸으로 정글에 들어가 생존하는 고군분투가 담겨있는 영상이지만, 그 영상에서 그는 너무나도 자유로웠다.
그는 가진 것은 육신밖에 없는 최고의 미니멀리즘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의 짐의 무게에 나도 모르게 앓고 있던 나에게 그 영상은 참 힐링이었고, 앞으로 나아갈 길의 힌트 같았다.
자유롭다는 것은 뭐든 다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 뭐든 다 내려놓을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는 자연인이 되어 산속에서 사는 가보다. 나도 나이를 많이 먹으면 어디 자연으로 떠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지금 문득, 새집에 가지고 들어갈 물건을 폭풍쇼핑 중인 나를 마주한다.
참 어려운 것이다, 덜어낸 다는 것은.

이것도 일종의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나도 언젠가 최소한의 짐을 가진 자유인이 되리라.
그래서 이제부터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매주 버려야 할 것을 하나씩 선택해서 버릴 것이다.
이사를 하면서 많이 버렸지만, 아직 부족하다. 그렇다고 지금 더 버리기엔 마음이 어렵다. 그렇기에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야겠다.

우리는 매번 무언가를 의식적으로 사면서, 의식적으로 버리는 일은 하고 있지 않다.
그렇게 계속 쌓기만 하면 짐은 늘어나 나를 짓누를 것이다.
짐을 버리고 나를 가볍게 만들자.

추억은 내 마음속에 기억 속에 간직하자. '언젠가'는 나를 무겁게 하는 원흉이다.
부디 '언젠가'를 살지 말고 지금을 사는 내가 되길 바라며, 또 우리 모두 덜어내는 문화를 가지길 바란다.

미래의 미니멀리즘은 하나의 문화, 종교, 생활양식이 될 것이다.
더욱 강력한 미니멀리즘, 덜어내기 운동은 시작되야한다.
소비의 시대는 끝날 것이다.

너도 시작하라, 미니멀리즘.